본문 바로가기

기관언론보도

  • [밀양창녕센터] 당신이 웃는 내일을 희망합니다
  • 등록일  :  2024.05.29 조회수  :  1,032 첨부파일  : 
  •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고민을 나누며 대화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른바 ‘자조모임’인데, 자조(自助)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같은 문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고, 구성원을 지지해 주는 활동을 하면서 서로가 도움을 받는 모임’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자조모임은 처음에는 알코올 중독자 금주 모임에서 시작되었으나 여러 분야로 확대되어 현재는 다양한 형태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자조모임’에서 피해자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설립되어 법무부에 등록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범죄피해자가 피해를 신속히 회복하고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지원 업무를 하는 단체이다. 전국 검찰청과 연계하여 60개의 지역별 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피해자 구조금·치료비·생계비 지급 등 경제적 지원 외에도 심리상담·의료·법률·주거안정·신변보호 지원 등 연간 10만 건 이상의 지원 사업을 비롯하여 캠페인, 교육,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뿐만 아니라 검찰에도 큰 힘이 되는 든든한 동반자이다. ‘당신이 웃는 내일을 희망합니다’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슬로건이다.



     



    우리 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는 수십 명의 위원과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분들이 근무하는데, 강력범죄가 발생하여 긴급히 지원을 의뢰하더라도 당일 피해자와 병원에 동행할 정도로 열정과 사명감이 투철한 분들이다. 센터에서는 피해자를 위한 자조모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꽃꽂이나 도자기 페인팅 등의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마침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동안 피해자나 고소인을 검사실에서 만난 경우는 있었지만 이는 혐의를 판단하거나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함이 주된 취지였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 없이 피해자를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라 내심 기대되면서도 무슨 말을 꺼내야 하나, 어떤 위로를 드려야 하나 한참 고민되기도 하였다.



     



    피해자분들을 만나며 느낀 점은, 범죄 피해로 인한 고통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짧은 시간에 사라지거나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임에 참석한 피해자 중에는 수년 전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었지만 신체적 고통 못지않게 힘든 것은 왜 자신이 이런 피해를 입었는지,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등 정신적, 심리적 고통이라고 한다. 그 심정은 분노, 후회, 자책 등으로 수시로 나타나면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피해자 한분 한분에 대한 세심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만남이었다.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는 처벌을 요구하거나 처벌을 불원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선택지를 제시받을 뿐 피해 회복을 위한 절차는 조금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형사소송법 또한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과 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온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2007년 법 개정으로 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공소제기 여부, 공판 일시·장소, 재판 결과, 피의자·피고인의 구속·석방 여부 등을 통지하도록 하였고, 법정에서의 피해자 진술권, 공판기록 열람·등사권 등 피해자를 위한 절차가 일부 신설되었다. 최근에는 피해자를 ‘보호나 지원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형사절차에서 일정한 지위를 인정하는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하며, 응보-처벌의 관점을 벗어나 이른바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형벌권 또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행사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피해자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수사·재판 등 결과를 통지받는 것은 피해자를 위한 본질적인 조치 중 하나이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합당하게 행사하고, 피해자의 의견을 경청하여 형사절차에 반영함으로써 피해자가 국가의 존재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작년에 우리 청 검사가 노동 사건의 고소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일이 있었다.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의 고소인이 검사와 면담하면서 법률적 해석을 알려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줘서 고맙다는 취지이다. 문 앞까지 배웅을 해주어 평생을 두고 잊지 않겠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사건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마음을 열어 설명을 듣고 편지까지 보내주신 고소인의 마음 씀씀이가 감사할 따름이다. 곧 7월에는 피해자지원제도를 통합하여 지원하는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가 설치된다. 피해자들이 범죄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여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환 지청장(창원지검 밀양지청)




    출처 : 당신이 웃는 내일을 희망합니다 (lawtimes.co.kr)